사전예방원칙
2011/04/15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과 해일에 의해 파손되는 사고 후 방사능 낙진이 우리나라에까지 퍼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나온 두 기사입니다. 두 분 다 전문가이신데, 얼핏 보기에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과연 어느쪽이 옳은 것일까요?
사실 두 주장 모두 옳습니다. 분명히 비에 씻겨 내린 “방사능 낙진”은 인체허용량 기준에 훨씬 못미치는 양의 방사능을 띄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사능 낙진을 포함하고 있는 비를 맞았다고해서 당장 어떤 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기사에도 잘 나와 있지만 인체허용량 이하의 소량의 방사능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방사선 노출에 안전한 수준이란 없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즉, 기준치 이하의 소량의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모른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렇게 노출에 의한 영향을 확실히 알 수 없는 경우에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여야 할까요? 사실 방사선 노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는 아직 이런 수준입니다. 높은 수준의 노출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거의 잘 알려져 있고 그에 따라 기준치들이 정해져 있습니다만,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는 과연 안전한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인 것이지요. 그런데 환경오염, 특히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과 같이 영향을 받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경우 아주 작은 영향이라도 인구집단 전체를 보면 그 영향의 크기가 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에 대해 미리 조심하고 예방하자는 원칙을 사전예방원칙이라고 합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실제 상황에서 어떤 환경 노출이 유해한지 유해하지 않은지는 알 수 없고 선택은 예방조치를 적용하든지 아니면 적용하지 않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표는 환경노출이 유해하거나 유해하지 않을 경우에 따른 선택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환경노출이 유해하지 않으면 예방조치를 취하든 안하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은 그냥 살던 대로 사는거죠. 하지만 환경노출이 유해하고,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 위험요인에 노출된 사람에게는 심각한 위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방조치를 취했다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전예방원칙은 우리나라 환경보건법에 명시된 환경보건정책의 기본 이념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예방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구제역 매몰지에 대해 “심각한 환경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환경부 장관이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논란이 커지자 수습하느라 환경부 장관이 고생한 일이 얼마전에도 있었습니다. 실제 정책에 적용되기엔 아직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